<지각하고 싶은 날>
나는 오늘 아침 발걸음이 좀처럼 학교로 향하지 않는다. 이유는 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는 그것 말고도 셀 수 없이 많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던 나는 한 고등학생 형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듣게 된다. 역시 지각생인 듯한 형은 학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데, 그것은 내가 평소 가졌던 불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도 초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학교에 다다른 나는 놀랍게도 그 형을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재미있는 방식으로 선생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놀고먹고 자면서 돈 버는 일>
일정한 직업도 없이 혼자 근근이 살아가는 나는 어느 날 이상한 구인광고를 보게 된다. 완벽한 숙식과 생활 편의를 제공하고 건강 관리도 해 주면서 일은 전혀 안 시키는 직장이었는데, 월급이 없는 대신 정기적으로 머리카락만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침 집을 새로 구해야 할 형편이었던 나는 ‘숙식 해결’의 조건에 끌려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언제든 새로 나는 머리카락을 제공하는 것이 뭐가 어렵겠냐는 심산이었다. 놀고먹고 자는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름이 호명되는데……. 사람과 동물의 입장을 바꾸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말도 못 하게 기가 찬 이야기>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나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친구의 대화가 이어진다.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정도라는 나의 이야기 속에는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며 접근한 신헌철이 등장한다. 신헌철은 전후 사정이나 인사도 한마디 없이 돈을 내놓으라고 했고, 생각대로 안 되자 자기 엄마까지 내세웠다. 화가 난 나는 신헌철의 발을 밟아 버렸고, 결국 선생님까지 나섰다. 하지만 선생님도 신헌철 편을 들며 나에게 반성문을 써 오라는데…….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반전 속에 사실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잘 드러나 있다.
<엄마의 착한 아들>
옆 반의 김호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