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우리 조상들이 영위한 남녀 공존의 역사
1장 조선 사람의 살림 인식
장가와 처가살이의 나라 / 여자의 경제 주도권 / 조선 남자, 일기를 쓰다 / 남자에게도 당연한 살림 / 남자가 살림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2장 가족을 부양하다
녹봉 / 기타 부수입 / 꼼꼼한 농사 관리 / 농사는 어떻게 지었을까? / 닭을 기르고, 벌을 기르고, 사람도 기르다 / 상업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3장 음식
음식 / 의복 / 주택
4장 요리하는 남자
최고의 효도, 음식 공양 / 전문적인 남자 요리사 / 장 담그기와 술 빚기 / 남자가 쓴 요리책
5장 재산 증식
재산 증식에 대한 관심 / 토지, 조선 시대의 재산 증식법 / 뽕나무 재배와 원포 가꾸기 / 중요한 살림, 노비 관리 / 노비를 다스리는 법, ‘은위병행’ / 노비, 재산에서 식구로
6장 남녀가 함께한 봉제사 접빈객
봉제사, 가장 중요한 집안 행사 / 남녀가 함께 지내는 제사 / 접빈객, 인심의 척도
7장 조선 시대의 부부 관계
손님을 대하듯 공경하며 / 부디부디 조심하옵소서 / 아내의 바깥 활동을 뒷바라지한 남편
8장 조선의 다정한 아버지상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다 / 자식의 병상일지를 쓰다 / 퇴계 이황의 자식 교육 / 연암 박지원의 자식 교육 / 아버지의 딸 교육
9장 극성스런 손자 교육
최초의 육아 일기 『양아록』 / 퇴계 이황의 손자 교육 / 미암 유희춘의 손자 체벌기
10장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목숨을 담보로 한 출산 / 출산과 육아 풍속 / 육순 노인이 달리 무엇을 구하겠니? / 산기가 있거든 즉시 사람을 보내소
11장 원예 취미와 정원 가꾸기
꽃을 든 남자 / 연암 박지원의 정원 가꾸기 / 다산 정약용의 정원 꾸미는 법 / 조선의 원예서
12장 외조하는 남자
외조하는 남자 / 미암 유희춘, 아내의 문집을 만들다 / 허균, 누이의 문집을 만들다 / 아전이 기녀의 시집을 간행하다 / 남동생 임정주의
외조하는 조선 남자들
이 책에서는 조선 시대 양반 남자가 평소 집안 살림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는지 유형별로 나누어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당시 바깥살림의 종류와 그것을 처리한 방식, 또 그들만의 살림 비법과 고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지금까지의 조선 시대 생활사 연구에서는 대상 인물의 행장이나 묘지명, 언행록 등이 주요 자료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사람들이 지향하는 규범적이고 이념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그 인물을 위인화하기 위한 것으로, 그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실제 생활의 기록인 일기나 편지, 그리고 개인 문집의 다양한 기록 등을 토대로 조선 시대 남자의 살림 참여 모습을 살펴보았다.
조선은 ‘일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시대에는 국가와 개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기를 썼다. 특히 양반 남자들은 날마다 집안 대소사를 꼬박꼬박 일기에 기록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조선 시대 일기로는 『묵재일기』(1535~1567, 『미암일기』(1567~1577, 『쇄미록』(1591~1601, 『계암일록』(1603~1641, 『흠영』(1775~1787, 『노상추일기』(1763~1829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의 일기가 철저히 개인의 기록인 반면, 조선 시대의 일기는 집안 대소사를 차례대로 기록한 일종의 가족 일지이자 가계부였다. 그래서 대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 생활의 귀감으로 삼도록 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살림 노하우를 후대에 물려주고자 했다.
1596년 10월 4일. 아침에 아내가 나보고 가사(家事를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한참 동안 둘이 입씨름을 벌였다. 아! 한탄스럽다.
조선 중기의 인물 오희문(1539~1613이 쓴 『쇄미록』의 기록이다. 아내는 살림에 무관심한 남편 오희문이 원망스럽고 남편 오희문은 집안일에 나름 열심인 자신을 몰라주는 아내가 무척 서운하다. 남자가 살림에 등한시하는 것이 부부싸움의 빌미가 되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가화만사성’이라는 글도 모두 집(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