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바깥, 무지개가 피어난 곳
그림책의 주인공 연지는 시원하게 여름비가 내린 날, 무지개를 잡으러 나섭니다. 한 번도 동네 울타리 밖으로 가본 적이 없는 여섯 살 아이가 ‘가엾고 심심한’ 여섯 살의 일상을 쏙 빠져나와 어느 날 불쑥 다른 길을 가 봅니다. 이제는 훌쩍 자라서 소꿉놀이에 동참해 주지 않는 언니가 ‘어른들을 다 믿으면 안 된다고, 풀 속에는 요정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슬쩍 던진 말을 떠올리며 잘 정돈된 동네를 벗어납니다. 무지개는 놓치고 말았지만, 연지는 지오를 만납니다. 지오는 마치 제집인 양 풀꽃과 들판 구석구석을 잘 아는 아이입니다. 연지와는 사는 환경이 다르고 노는 법이 달라 보이는 아이면서, 실은 정말 상상 속의 아이가 아닐까, 모호하게 그려진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연지는 지오를 만나면서 살아 있는 풀 냄새를 맡고, 열매를 따고, 진짜 새끼 쥐와 진짜 물고기를 소꿉놀이에 초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소꿉놀이의 주인인 연지가 팔딱대는 생명을 온 감각으로 인식하는 순간, 모든 초대 손님은 페이드아웃되고 시간은 몇 년을 훌쩍 지납니다.
소꿉놀이가 끝나면
황선미 작가는 신비롭고 꿈같은 세계의 끝에 생명이라는 이정표를 걸어 두었습니다. 모든 것이 살아 있고 말을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세계에서 진짜 살아 있는 것의 아픔을 느낀 순간, 연지는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알게 됩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소꿉놀이와 그 다음을 가르는 여름비의 여백, 아름다움과 잔혹함 사이에서 김동성 작가는 이 그림책이 지나는 시간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여름의 노란 빛과 빗줄기와 연두색 자연의 정경이 전 장면을 휘감으며, 천연의 시간을 담아냅니다. 새끼 쥐와 인형이 나란히 잠들고, 무성한 여름 수풀 속에서 소꿉놀이가 시작됩니다. 연지가 놓친 무지개는 커다란 토란 잎사귀 뒤편에, 저녁노을에,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연지의 방에, 소꿉 살림에 넌지시 깃들어 연지를 보아 줍니다. 다정한 화가의 시선을 찾아보는 것도 이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