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의 독특한 해석과 표현으로 만나는 자연의 사계절
존 버닝햄의 사계절은 마치 크고 넓은 창문이 있는 방 안에 편안히 앉아서 창 밖 풍경을 막연히 내다보고 있는 듯 편안하다. 그의 그림에서는 입체감도 느껴지지 않고, 부산스런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고 표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그의 그림은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선 하나로 다리와 몸통과 귀를 그린 양들이나 점 두 개로 그린 눈과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한 코와 입은 아이가 솜씨를 한껏 내어 그린 그림 같아 오히려 재미있고 친근하다.
글 또한 그의 그림처럼 간결하다. 화려한 수식도 너절한 비유도 긴 설명도 없다.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 현상만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이 친구들 앞에 나와서 설명하는 것처럼, 버닝햄은 사계절에서 한 페이지에 두 개 내지 세 개의 어휘만을 배열하고 있고, 몇 페이지를 얼른 얼른 넘겨야 겨우 하나의 문장이 끝이 난다. 이 몇 개의 어휘들은 얼른 보면 페이지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그림 요소 같다. 이 짧은 글은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글자보다 그림이 훨씬 먼저 읽힌다. 그래서 그림이 주는 느낌을 느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리고 이 몇 개 어휘들은 그 페이지의 그림 내용과 딱 맞아 떨어져 사계절이 주는 느낌을 특징적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해마다 변함없이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항상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맞이하는 느낌은 언제나 조금씩 다르다. 버닝햄은 해마다 다른 느낌으로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나의 재료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버닝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재료와 기법을 한데 섞어 놓았고, 표현해 낼 수 있는 색을 모두 풀어 색의 향연을 벌인 것처럼 다채롭게 그려 놓았다. 하지만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오히려 중간톤으로 일관된 색감 배열과 서로 다른 느낌의 재료를 효과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