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 둔 꿈을 응원하는 정성어린 손길, 따뜻한 목소리
낡은 바이올린 가방 하나, 누군가 이사를 떠나며 내다버린 가구 더미 한켠에 놓여 있습니다. 지나던 이 문득 멈추어 열어 보고는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갑니다. 그가 닿은 곳은 악기공방. 그는 현악기 제작자입니다.
작업대의 조명을 켜고, 망가진 바이올린을 꺼내어 한참 바라보던 그 사람, 이윽고 연장을 들어 수리를 시작합니다. 칠이 벗겨진 몸체, 먼지 쌓인 울림통, 갈라진 앞판과 떨어진 지판, 헐거워진 줄감개...차근차근 떼어내고 털어 내고, 하나하나 깎고 다듬고 붙이고 칠하는 손길이,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염두에 둔 듯 세심하고 다정하고 신중하면서도 때로 경쾌해 보입니다. 그리고 시간... 상처가 아물도록 기다린 시간, 악기도 사람도 숨을 고른 시간들이 더해져, 다시는 쓸 수 없을 것 같았던 바이올린이 차츰 제 모습을 되찾아 갑니다.
마침내 현을 걸고 브리지를 세우고, 꼼꼼히 닦아 반짝반짝 광택이 나도록 되살아난 바이올린..., 그 빛나는 바이올린은, 거기에 쏟은 세심과 다정과 정성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새 가방에 악기를 담아 어깨에 메고 공방을 나선 제작자가 이른 곳은 어느 채소가게, 바이올린은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건네집니다.
반짝이는 그 작은 악기를 한참 바라보던 그 사람, 이윽고 바이올린을 꺼내어, 조율을 하고, 활을 들어, 현을 타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크게, 다시 한 번 더... 어느새 그는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크고 대단한 무대는 아니지만, 마음을 담아 연주할 수 있는 무대, 그 연주를 들어줄 관객이 있는 무대... 잊고 살던 그의 열정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이어 관객들의 환성이 울려 퍼집니다. “앙코르!”
그 소리가 공방의 그 사람에게도 가 닿은 걸까요? 잠시 일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창 쪽을 바라봅니다.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지 싶습니다. ‘그래. 작은 무대면 어때, 전문연주자가 아니면 어때.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면,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