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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큰글자책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 여든 살 아버지 인생을 아들이 기록하다
저자 한일순 구술,한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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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2021-07-23
정가 25,000원
ISBN 979119047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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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프롤로그 살인 미수범과의 기이한 동거 11


1장 가짜 피난길에 오르다 19

2장 머슴일 때는 매일 질질 짰지! 39

3장 찐빵으로 시작한 신혼 생활 67

4장 또다시 중동 근로자가 되다 89

5장 목적을 이루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127

6장 미켈란젤로는 아름다워! 171


화보 141


한일순 연표 217
┃책 속으로┃

지금 화폐 가치로는 천만 원이 채 안 되는 돈 때문에 동료를 죽이려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은 그런 혹독한 시절을 몸뚱이 하나로 살아낸 아버지 한일순의 이야기다.

-프롤로그 살인 미수범과의 기이한 동거


빨치산 이백 여명이 가리점에 나타났다. 그들은 군복을 입지 않았고 무장 역시 빈약했다. 열 명 중에 총을 지닌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죽창이나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며 자기들끼리 회의를 했다. 갑자기 나타난 빨치산으로 온 마을이 북적였다. 아버지가 살던 집에도 빨치산이 머물렀는데 방 두 칸에 안방에는 식구들이, 행랑채에는 10여 명의 빨치산이 생활했다. 빨치산과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지 않았다.

-가짜 피난길에 오르다


아버지의 첫 사회생활은 머슴살이였다. 전쟁 이후 먹고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둘째 고모할머니라고 형편이 다를 건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스스로 먹고살기 위해 머슴이 되어야 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농부의 집에서 모내기, 김매기, 풀베기 등 잡다한 일을 하고 숙식과 쌀을 받으며 생활을 해나갔다. 이때 머슴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조선 시대 머슴과는 달랐다. 조선 시대 머슴이 양반집 노예가 되어 주인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면, 이때 머슴은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다른 집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조선의 머슴이 주인의 의사에 따라 다른 집에 팔려가거나 목숨을 잃었던 것과는 달랐다.

-머슴일 때는 매일 질질 짰지!


아버지는 임실에서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더는 임실에 계속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할머니와 작은아버지는 절에서 일을 하며, 먹고살고 있었다. 식모살이를 떠난 고모는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임실에 남은 건 할아버지가 물려준 선산이 전부였다. 아버지는 맨몸으로 임실을 떠났다. 손에는 차표 한 장 밖에 없었다. 멀리 떠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