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구두를 신은 여인
유리 왕좌에 앉은 공주
태비사는 무쇠 구두를 신고 걷는다. 무쇠 구두는 “강 위를 걷고 산맥을 넘고 벼랑 사이 허공을 뛰어넘을 수”(8면 있게 해 주지만, 옛이야기 속 오빠들이 신었던 신발과는 달리 발을 옥죄고 상처를 입히며 여행을 방해한다. 태비사는 그런 구두 일곱 켤레가 모두 닳을 때까지 걸으며 이곳저곳을 떠돈다.
“태비사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몰라. 신발이 왜 신은 사람의 여행을 도와주면 안 돼? 어쩌면 이상한 쪽은 여자들 신으라고 만든 신발인지도 몰라. 유리 구두, 종이 신발, 발갛게 달아오른 무쇠 구두,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신발까지.” (본문 11면
어느 왕국의 공주였던 아미라는 유리 언덕 꼭대기의 왕좌에 앉아 꼼짝하지 못한 채 구혼자들을 기다려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마법이 추위와 더위, 배고픔을 물리쳐 주지만, 결혼을 원치 않는 아미라는 정상에 오른 이에게 황금 사과를 내밀 날을 두려워한다.
가끔 배가 고프긴 하지만, 마법이 해결해 준다. 피곤할 때면 마법이 잠을 북돋는다. 낮이면 아미라의 갈색 피부가 타지 않게 하고, 밤이면 비단신을 신은 발이 얼지 않게 한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아미라가 유리 언덕 정상의 유리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면 그렇게 된다. (본문 13-14면
동화 속에 숨겨진 폭력을 폭로하며,
현실 세계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
태비사가 무쇠 구두를 갈기 위해 유리 언덕을 오르며 마법에 걸린 두 사람이 만난다. 조심스럽게 서로를 배려하며 의지하게 된 태비사와 아미라는 자신이 왜 이런 마법에 빠지게 되었는지 고백한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남자들이 주문에 걸린 듯 달려들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딸을 유리 언덕에 올려 둔 아버지, 낮에는 곰, 밤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폭력을 일삼다 부인이 참다못해 가죽을 태워 버리려 하자 무쇠 구두를 신고 걸어야 하는 저주를 내린 곰 남편.
동화적인 설정에 감싸여 있지만 태비사와 아미라를 저주로 몰아넣은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