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
세책점에서 일하게 되다
조선 후기는 이야기책(오늘날의 소설이 많아지면서,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시기예요. 하지만 책값이 비싸 가난한 백성들은 책을 사 읽기가 쉽지 않았지요. 이 무렵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직업이 바로 ‘이야기 장수’랍니다. ‘전기수’라고도 불렸던 이야기 장수는 장터 등에서 책을 읽어 주고 품삯을 받았어요. 타고난 입담과 재치로 청중을 웃기고 울렸던 재주꾼이었지요. 이야기 장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이야기책도 더욱 활발히 만들어졌답니다.
《수표교 세책점》 속 겸이도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아이였어요. 이야기 장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장날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식구들을 불러 모아 손장단으로 운율을 맞추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때면 제법 이야기꾼 같아 보이기도 했어요.
단란했던 식구들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옵니다.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어요. 외갓집에 가 있던 겸이는 화를 면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지요. 설상가상 외삼촌을 따라 한양에 간 겸이는 행인과 시비가 붙어 외삼촌과 헤어지게 됩니다. 망연자실한 겸이를 붙들어 준 것은 봉수였어요. 봉수는 겸이를 자신의 움막으로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었어요. 한강 포구의 송방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도 살뜰히 챙겼지요. 외삼촌과 헤어지고 나서 슬퍼하던 겸이도 차츰 마음을 잡아 갔어요.
봉수 덕분에 겸이는 수표교에 새로 연 세책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손에 익지 않아 까탈스런 주인에게 자주 야단을 맞았지만 평소 좋아하던 이야기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나날을 보냈지요. 겸이는 이야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고쳐 쓰기도 하고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짖기도 했어요. 그렇게 차츰 이야기꾼이 되어 가지요.
풍성한 이야기로 빚은
조선 시대 백성들의 삶과 책 문화
한강 포구에는 부모님을 잃고 떠도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겸이와 봉수처럼 말이에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