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아르메니아에서 들려온 구슬픈 노래, 두둑의 노래
100년도 더 전인 1915년부터 1923년, 아르메니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두둑의 노래》는 20세기 최초의 인종 대학살로 여겨지는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배경으로 쓴 동화입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1차 세계 대전을 기점으로 터키의 지배를 받던 아르메니아인 200만 명 가운데 150만 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 책은 주인공 바싼의 눈으로 그 학살의 현장을 바라봅니다.
바싼은 순수하고 명랑한 열한 살 소년입니다. 대대로 아르메니아인들이 그랬듯 하느님을 믿는 집안에서 지혜롭고 현명한 할아버지와 교수인 아버지, 인자한 어머니, 두 누나와 평온한 나날을 보냅니다. 체스 시합이 있었던 그날도 가족들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고 학교로 나서지요. 아르메니아인 학교의 가장 큰 행사인 체스 대회에서 터키인인 할리드를 꺾고 체스 왕이 된 바싼. 그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달려왔지만 집 앞에 험상궂은 터키 군인들이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향해 윽박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라리사 누나를 터키인 군사령관인 자끄 파샤의 첩으로 보내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면서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다음 날엔 아르메니아인들이 허락 없이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공고문마저 붙습니다. 얼마 뒤엔 큰누나인 사라 누나의 결혼식 도중에 총을 든 군인들이 찾아와 아버지를 비롯해 남자 어른들을 끌고 가지요. 며칠 뒤 바싼은 아버지가 터키군에게 죽임을 당한 걸 알게 되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기억하며 애써 슬픔을 삼킵니다.
불행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강제 추방령’이 떨어지면서 바싼네 가족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왔던 마을 메즈레에서 추방당합니다. 일명 ‘죽음의 행진’으로 불리는 기나긴 행렬 도중에 엄마와 두 누나, 결국엔 할아버지마저 목숨을 잃고 결국 바싼은 홀로 남게 됩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