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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 - 보름달문고 84
저자 신현이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1-07-07
정가 12,000원
ISBN 9788954680820
수량
바다 깊은 곳 파랑 … 007
검은콩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알려 드립니다 … 067
초록 뱀을 만난 오후 … 127

작가의 말 … 178
알아차림은 언제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

“윤지윤은 깨달았다. 문구점 문이 닫혀 있는 것을 처음 본 것이었다. 문구점 문이 저렇게 생겼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76쪽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은 아이들이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자분자분 짚어 나간다. 학교 앞 문구점 문의 생김새, 비둘기의 눈동자 색깔, 나비는 다른 데 앉을 곳이 많아도 반드시 꽃 위에만 앉는다는 것, 살아 있는 뱀은 조금 징그럽지만 죽은 뱀은 불쌍하다는 것, 반지의 맹세란 오래도록 간직되기도 하지만 때로 먼 곳으로 떠나 버리기도 한다는 것. 전작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에서 ‘세 번째 귀’로 아이들의 속말에 귀를 기울였던 신현이 작가는 이번에도 어린이들을 향한 정중하고도 사려 깊은 문장으로 크고 작은 앎의 순간들을 찬찬히 헤아렸다.
일상에 고요하게 섞여 들어오는 판타지 또한 전작과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경계 짓지 않는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의 세계는 불시에 확장되고, 아득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독자를 황홀하게 사로잡는다. 그러나 독자는 이내 깨닫게 된다. 이 동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들은 결코 판타지 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림’이란 언제나 어린이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그것을 추동하는 힘 또한 외부에서가 아닌 어린이 자신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지녔다는 외로움과 혼자서 겪어야 하는 두려움의 무게, 그것을 딛고 윤지윤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신비한 낙타를 만나서가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촌 동생을 떠올려서였다. 조금씩 달라지기 위한 알아차림의 힘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 동화를 읽고 난 어린이들은 느끼게 된다.

이도훈은 씩 웃었다.
이도훈은 자기가 겪은 일이 진짜라는 걸 알았다.
다만 비밀로 간직해야 할 일이었다.
다시 가슴속에서 바람이 일었다. 이번에는 돌풍이었다.
_본문 175쪽

제24회 가톨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