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와 그림책,
영상이 글과 그림으로 재탄생되기까지
“산은 나이가 많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나이만큼 많은 친구들이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살아가다 죽습니다”. KBS 환경스페셜 <일생> 중에서
지리산을 배경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주인공의 자리를 바꾸며 등장하는 KBS환경스페셜 <일생>은 방영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2021년 6월 20일, KBS다큐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시청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산은 나이가 많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나이만큼 많은 친구들이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살아가다 죽습니다”. <일생>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는 말이다. 그림책 《살아갑니다》 역시 이 말에서 출발했다.
《살아갑니다》에는 원작 <일생>의 언어와 영상이 모두 녹아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모든 멘트가 원고의 토대가 되었고, 영상의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그림의 자료가 되었다. 작품을 쓰고 그리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원작이 워낙 훌륭했기에, 작가들도 글과 그림에서 원작을 잘 담아내기만 하면 훌륭한 책이 완성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영상과 책은 엄연히 다른 장르인지라, 글도 그림도 결국은 다시 쓰고 그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움직이고 반짝이며 에너지를 뽐내던 생명체들을 그림으로 데려와 각자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배경 속에서 개성이 넘치는 동작으로 살려냈고, 글에서는 이들에게 성장의 스토리를 덧입혔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상황이나 멘트도, 책에서는 자칫 일방적인 교훈을 전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과감하게 삭제하기도 했다.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 배치한 뒤에도 지난한 수정 과정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글도 그림도 이제는 완성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다큐멘터리와 사뭇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풍성해지는 또 다른 작품이 태어났다. 글과 그림을 거듭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