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90대 노교수의 5년여에 걸친 줄기찬 독서 기록인 이 책은 프루스트의 『잃었던 때를 찾아서』라는 심해의 첩첩산맥을 향하여 열어 보이는 180개의 문이다. 이 문은 동시에 책의 저자 자신, 나아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향하여 열리는 180개의 반성적 회전문이다.
이 책은 기이한 맛집 안내서다. 그 안내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맛집의 선택, 그리고 맛집의 구체적 소개, 즉 실내 구조, 식재료, 조리 방식, 음식의 분석, 음미 과정. 권유 혹은 가차 없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보편적 가치들을 향하여 열린다.
이 책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에서 마주친 180개의 핵심적 문단, 장면, 단장, 심리묘사에 대한 텍스트 분석인 동시에 그 문단을 출발점 혹은 실마리로 삼아 인문학적 박학과 경험, 비판정신에서 우러난 사색, 자유연상, 사족, 비고 붙이기, 매서운 비판…… 그리고 동시에 자기반성으로 연장된다. 분석은 간결하고 논리는 준엄하고 비판은 냉정하여 독자를 긴장시키지만 또한 예기치 않은 지점에서 팽팽하게 조인 끈을 탁 풀어놓아 넓은 사색과 상상의 공간을 열어준다.
90이 넘도록 두 발로 지표를 딛고 꼿꼿이 서 있다면 축복이다. 90이 넘도록 장기간에 걸친 고산준령이나 심해의 탐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거기서 매 순간 명철한 의식과 균형을 잃지 않는 비판정신을 유지하며 삶을 부감한다는 것은 실존적 은총이다.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