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몇몇 유별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신적 생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생각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고, 또 생각하는 한 철학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철학하는 존재다.
인간은 자연현상을 향해 항상 의문을 품는 존재였으며, 각 시대마다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 사유하고 참다운 앎을 추구하였다. 또한 인간은 절망에 빠질 때 그 절망을 극복하고자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동양철학의 대부분이 왜 춘추전국시대에서 탄생했을까?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살육과 권모술수로 뒤덮인 엄청난 혼란기였다. 원래 이러한 시대에 크고 깊이 있는 철학이 탄생하는 법. 인간의 철학적 사색은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하여 습관적인 일상성이 장애에 부딪칠 때,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절망의 시대인 춘추전국시대는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실험해본 시기이다.
유가를 창시한 공자는 인(仁과 예(禮로써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하였다.
도가의 노자와 장자는 인간의 인위적인 제도를 지양하고 무위(無爲로써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법가의 한비자는 강력한 법과 군주의 권력으로 사회질서를 안정시키고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들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배경으로 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각자 자신만의 사상을 제시하고 전파하려 했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사유하는 것이며 언제나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단편적인 철학 개념의 습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현상에 대해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태도와 힘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가지 사상 중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어느 사상이 더 우월한 지를 가려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