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잘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를 찾고 싶은 이들이 러닝 크루에 모였다!
땀방울로 빚어 낸 단단한 연대의 이야기
민희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 요리, 청소 등 늘 집안일에 시달려 집에 있을 때면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진다. 하빈은 1년 전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당시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날 이후로 하빈은 완벽한 가족에 자신이 끼어든 것만 같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는다.
‘러닝 하이’라는 달리기 모임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난 두 소녀는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법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두 소녀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서술되는 병렬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물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두 소녀의 레이스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달리기 말이야.”
대교 위로 바람이 넘실거렸지만 그녀가 어찌나 꼿꼿이 서 있는지 바람 한 자락 없는 곳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달리기요?”
그녀가 팔짱을 꼈다. 단단한 몸과 자신만만한 표정에 왠지 주눅이 들었다.
“모임 나오기 전에 잘 달릴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어떻게 생각해?”
“아니, 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다음 주부터 방학이지?”
“네.”
“일주일만 나랑 달리자.”
그녀가 내 어깨에 손을 척 올리며 제안했다. 아니, 그건 제안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압도했다.
“세린공원 어때?”
아니, 별로인데……. 벌써 폭염주의보가 심심찮게 뜨고 있는데. 올여름 진짜 덥다는데.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매일 달리자는 말인가요? 진심으로요?
“좋아, 월요일 10시 공원 정문에서 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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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몰이 너무 좋아.”
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