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부
누군가는 추억이라고 쓰고 나는 그걸 지옥이라고 읽지
고랑과 이랑
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
전지적 피해자 시점
라스트 아날로거
그 많던 아버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채미숙 대백과사전
어떤 일은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방파제와 파도 그리고 현주
첫 줄은 형편없이 시작되었다
2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호
슬기로운 병원 생활
소호의 각주
3부
그 도시를 기억하는 법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겁다
검은 강, 모기 그리고 다카시
알래스카에서 온 편지
파티션 블루스
안전거리 확보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하거나, 그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은 저주에 걸리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네가
에필로그
미워했던 나와 진심으로 화해하는 힘
생각해 보니 처음은 멋질 필요가 없다
흔히들 성장은 계단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해진 길을 차근차근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에 접어든 이소호 시인이 말하듯, 어른이 되면 펼쳐질 줄 알았던 그럴듯한 계단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우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싫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펼친 독자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시인의 에피소드에 울고 웃다 마침내 그토록 미워했던 자신과 화해하는 한 사람을 볼 것이다. 그리고 엉성하게 써 내려간 첫 줄에도 진정으로 웃는 법을 시인과 함께 깨달으며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엄마, 있잖아. 내가 여기서 더 자라면 무엇이 될까?”
“네가 아무리 자라도 우리 소호는 엄마 눈에 여전히 아기지.”
(…
역시 사람은 너무나 쉽게 변하거나, 그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 누구로부터도 영원히 고쳐 쓰이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변하는 것은 매일매일 내 손으로 쓰는 나 자신뿐이다. ―본문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