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딛고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도록
가만히 격려하는 그림책
<달팽이>의 주인공은 아직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발로 땅을 굴러서 나아가는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지요. 형은 동생이 못마땅합니다. 친구들이랑 쌩쌩 달리고 싶은데, 느릿느릿 꼬리처럼 따라오는 동생이 귀찮기만 합니다. 결국 동생을 뚝 떼어 놓고 가 버립니다. 아이는 실망스러운 마음에 왔던 길을 홀로 되짚어갑니다. 그러다 천천히 나무를 오르는 달팽이를 발견합니다. 달팽이는 형의 등만 쫓아갈 때는 보지 못했던 멋진 풍경으로 아이를 이끕니다. 어느새 꽁꽁 얼었던 마음이 사르륵 녹습니다. 하루하루 자라느라 애쓰는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시 한번 나아갈 수 있도록 살며시 등을 밀어 주는 그림책입니다.
느리고 낮은 존재를 향한 긍정적이고 다정한 시선
어린이는 서툽니다. 젓가락질하기, 신발 끈 묶기, 자전거 타기 등 아직 배우고 연습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다 보면 당연하게도 자잘한 실수와 실패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몇 살 더 먹은 형, 언니들이 속도 모르고 재촉할 때면 분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합니다. 사실 어린이의 덜 여문 솜씨에 가장 답답한 사람은 바로 어린이 자신일 것입니다. <달팽이>의 주인공은 형이 훌쩍 가 버리고 난 뒤, 혼자서 달리다가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그렇지 않아도 속상한데 넘어지기까지 하니 화가 나서 신발을 냅다 던져 버리지요. 신발을 다시 주워 신고 묵묵히 언덕을 오르는 아이의 모습은 운동이나 공부 등 어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뜻대로 되지 않아 낙담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입니다. 아이는 천천히 움직이는 달팽이를 따라 나무에 올라서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구름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자전거를 탑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이 긍정적이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낯익은 풍경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어린이의 하루
<달팽이>는 고운 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