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생물종 여러분, 우리의 의지를 보여 줍시다!
동물 언어 ‘쫌’ 아는 덕분에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에 참가하게 된 키드. 수많은 생물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한 회의장은 그야말로 작은 지구와도 같습니다. 키드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장난을 치는 긴팔원숭이,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황제펭귄, 영리하고 재빠른 바위너구리, 인간에게 저주를 퍼붓는 바이러스까지.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인 동물들은 인간이 편하게 구경하도록 만들어진 동물원에서와 달리 제멋대로 뒤섞여 힘차게 소리를 지르고, 노래하고, 물장구를 치면서 오감을 압도하는 생명력을 뿜어내지요. 먼저 입장한 인간 대표 아저씨와 함께 단 두 명뿐인 ‘호모 사피엔스’로 참석한 키드는 다양한 생물들이 내뿜는 생명력에 놀라지만, 이내 설레는 웃음을 터뜨리며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친애하는 생물종 여러분, 동료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각 연사에게는 최대 10분이라는 발언 시간이 주어집니다. 발언 시간을 지켜야만 환형동물, 포유류, 곤충, 조류, 갑각류, 플랑크톤, 연체동물, 거북, 어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이 작은 행성에서 함께 산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사무총장인 뱀잡이수리는 위엄 있게 회의의 시작을 알리고, 동물들의 연설이 시작되자 인간이 저지른 만행이 줄줄이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톱상어는 상어들의 지느러미를 자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침팬지는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키드를 매섭게 노려봅니다. 키드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좌석 아래로 몸을 숨기지요. 그런데 좀 억울하지 않나요? 키드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늘 애썼고, 기후 시위에도 나갔습니다. 열세 살밖에 안 된 키드보다 맨 앞줄에 앉은 인간 대표 아저씨야말로 더 큰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때! 회의장이 폭발로 무너지고, 키드와 동물들은 지하 회의장에 갇히고 맙니다. 자원이 얼마 남지 않은 회의장에서 얼마 동안이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나 배고픈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