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고전소설 vs. 21세기 Graphic Novel -어떻게 다르고 또 무엇이 같은가?
-스스로의 행복을 결정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상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 집에 얹혀살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제인 에어는 독립을 위해 한 저택에서 가정 교사 일을 시작한다. 그 저택은 부유하고 매력적인 남자 로체스터의 집으로, 제인 에어는 그의 딸 아델을 돌보면서 조금씩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로체스터에게는 숨겨진 아내가 있었고,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제인 에어는 모든 것을 버리고 저택을 떠난다.
원작 『제인 에어』와 그래픽노블 『제인』은 이 지점까지 비슷한 서사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제인 에어는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 따라 로체스터가 가진 부와 명예는 물론이고 서로의 마음까지 포기한 채 멀리 떠나 버렸다. 남자의 사랑과 보호 안에서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믿었던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샬롯 브론테와 제인 에어의 이러한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사회적 요구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당당히 삶과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이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은 『제인 에어』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이다.
그래픽노블 『제인』도 이 정신을 이어 간다. 그리고 거기에 더욱 현대적인 요소와 설정들이 더해졌다. 21세기 뉴욕에서의 제인 에어는 험한 뱃일을 하여 독립 자금을 모으고,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하여 예술학교에 입학한다. 작품 속 어느 남성 캐릭터에도 의존하거나 주눅 들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추진력 있게 밀어붙인다. 저택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들며, 그 과정에서 로체스터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직접 배를 몰아 로체스터와 아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 제인 에어는 여전히 많은 여성 독자들의 귀감이 될 것이고, 또한 성별의 문제를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모습에서 남녀노소 더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제인』의 일러스트를 그린 라몬 K. 페레즈는 아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