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설화의 구미호와
현대의 어린이가 공존하는 새로운 상상력
구미호 달이는 ‘빨간 구미호’가 되기를 꿈꾼다. 구미호 세계에서는 가장 용감하고 존경받는 구미호가 되면 온몸이 빨갛게 변하면서 ‘빨간 구미호’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빨간 구미호’는 구미호 세계에서의 최고 전사를 뜻하며,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구미호인 달이는 성격도 어딘가 이상하고, 실수도 많다. 구미호에게 가장 중요한 보물인 구슬을 자꾸만 잃어버린다.
어느 날 우연히 이런 달이와 눈이 마주친 현대의 평범한 소년 동환이는 자신의 일도 아닌데 달이의 잃어버린 구슬을 찾는 것을 돕기로 한다. 실수로 달이의 구슬을 삼켜버린 아이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매우 아이답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 또한 구슬을 삼킨 아이의 소행으로 보이는 고양이 납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작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마음, 생명을 소중히 아끼는 마음, 멀고 먼 이상처럼 보이는 꿈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전통 설화 속의 인물과 내 주변 친구 같은 인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 문화와 나의 일상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
숨 돌릴 틈 없이 폭발하는 재미,
선입견에서 벗어난 인간관계의 소중한 교훈까지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다. 박현숙 작가 특유의 재미난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묘사와 서술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박현숙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깔끔하고 간결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마치 범인을 찾듯 구슬을 삼킨 아이를 찾아 등장인물들이 추리에 추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