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이 드러내는 사상의 심원
? 독창적인 철학과 개념으로 재탄생한 이미지를 읽다
철학사를 살펴보면 꽤 많은 철학자가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림과 예술에 관한 교양은 당대의 지식인인 철학자가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었다. 세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철학자가 세계의 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그림에 관심을 갖는 일 또한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철학자들에게 그림은 취미나 교양, 발상의 단초를 넘어 그들 사유의 뼈대와 틀을 이루는 핵심 소재였다.
이 책 《철학자의 아틀리에》는 그림에 깊이 매료되어 개념과 의미를 창조한 철학자의 사유를 톺아본다. 헤겔, 프로이트, 하이데거, 베냐민, 그람시, 아도르노,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등 이 책에서 다루는 8명의 철학자는 모두 그의 철학을 대변하는 단 하나의 그림이 있다. 예를 들어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노란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세잔 부인〉을 통해 ‘실질적인 지각의 세계’에 관한 논의를 전개한다. 세잔의 그림은 원근법에 맞지 않고 윤곽선이 중첩되어 있지만 우리는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봤을 때 비로소 고전주의적 회화 기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한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우리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세계는 사진과 다르기에, 하나의 소실점을 가진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세잔의 그림이 오히려 인간의 지각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여기서 메를로퐁티는 세계를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라고 여기는 과학의 인식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대상을 볼 때 만들어지는 지각상이 ‘원초적 세계’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런 측면에서 지각적 세계를 사유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 메를로퐁티의 ‘제3의 철학’은 〈노란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세잔 부인〉을 개념화하고 발전시킨 사유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독창적 사유의 기원을 탐험하며 철학자의 사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철학자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