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는 자기 몸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가게에 하루 종일 앉아서 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팝니다. 길거리의 가판대, ‘키오스크’가 올가에게는 일터이자 쉼터이고 나아가 자기 인생이기도 하지요. 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물건을 사는 손님들이 지나가고, 올가는 어떤 손님이 무엇을 살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손님이 없을 때, 좁디좁은 키오스크에서 올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여행 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바다를 꿈꾸는 것뿐입니다. 언젠가는 두 눈으로 직접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볼 수 있기를 맘속으로 바라면서요.
그런데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이 꿈이 실현될 기회가 옵니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도록 작은 사고의 모습으로 올가를 찾아오지요. 올가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웬 사내아이들이 키오스크에서 과자를 훔칩니다. 아이들을 붙잡으려 애쓰다가 그만 올가의 세상이 뒤집히고 맙니다. 키오스크 안에 든 채 쓰러져 버린 올가는 한참을 버둥대다가 얼떨결에 벌떡 일어섭니다. 그제야 스스로의 힘으로 키오스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지요. 늘 한자리에 붙박이였던 올가는 난생처음 키오스크를 든 채 신이 나서 산책을 나섭니다. 기쁨도 잠시, 또 다른 난관이 찾아옵니다. 강아지의 목줄에 걸려 넘어져 강물에 빠지고 만 거예요. 올가는 키오스크와 함께 한참동안 강물 위를 흐르고 흘러 머나먼 바다로 떠내려갑니다.
그리고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 작은 불행을 커다란 행운으로 바꿔 올가의 꿈을 이루어 줍니다. 아주 황당해 보이는 여정을 거쳐 올가는 마음속으로 그리던 노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 다다르지요. 이제 올가는 해변의 키오스크에서 아이스크림을 팝니다. 꿈꾸던 대로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마음껏 바라보면서요. 올가의 여행이 이것으로 끝일까요? 혹시 또 모르지요. 다음번엔 오로라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북극 마을로 떠날 수 있을지도요.
거침없는 선과 강렬한 색채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선보였던 이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꿈을 잃어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