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칼데콧 상 수상작
러시아 민담을 바탕으로 거장이 선보인 삶의 긍정성
●작품 소개와 내용
이 그림책은 널리 알려진 지극히 고전적인 바보 이야기이다. 지지리 못나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바보가 착한 짓을 해 복을 받거나 영웅이 되는 이야기. 이런 전래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이로운 까닭을 꼽으면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그 이로움의 하나는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인류가 예부터 미덕으로 기리고 있는 윤리 의식의 한 전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는 들머리에서 하느님은 순진한 사람을 사랑하고, 결국은 그런 사람들이 보답을 받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듯이 옛이야기의 문법에 충실하게 권선(勸善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재창작자들은(채록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바보가 주변 사람이 자신에게 덧씌운 부정적인 이미지 곧, 바보라고 규정지어진 이미지를 벗는 과정을 주목한다.
바보가 차르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배를 가지러 가겠다고 하자, 바보의 엄마는 바보더러,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제 발로 곰 품으로 기어 들어가거나 늑대한테 잡아먹힐 거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바보는 끝내 그 일을 해낸다.
유리 슐레비츠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틈틈이 중국 권법의 하나인 태극권을 수행하리만치 동양의 것들에 깊이 빠져 있다. 그가 지은 그림책 《비 오는 날》, 《새벽》, 《비밀의 방》에도 동양적인 정서가 담뿍 배어 있고, 1969년에 칼데콧 상을 수상한 이 책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는 그가 지은 것이 아니라 아서 랜섬이라는 영국 작가가 채록한 러시아 민담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서는 동양적인 것에 가깝다. 그리고 바랜 듯한 색감과 여백 또한 동양화풍을 많이 닮아 있다. 그는 이 러시아 민담에 담긴 보편성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견자(見者의 눈으로 그 범속함 뒤에 감추어져 있는 상징적 의미를 읽어 내어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