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프롤로그
1 숙명적으로 기생이 되다
2 유희경과 사랑하다
3 한양 객지에서 떠돌다
4 허균과 우정을 나누다
5 한준겸, 심광세, 권필 등과 시를 읊다
6 기생이길 거부하다
7 삶은 고난일 뿐이다
8 자유를 갈망하다
9 비운에 빠지다
10 공원에 매화꽃잎이 휘날리다
에필로그
여성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이화형 교수가 조선의 명기 이매창의 삶을 깊이 살펴본다. 아무나 쉽게 꺾을 수 있는 꽃이라는 의미로 기생을 노류장화에 비유했듯이, 조선사회에서 기생은 최하위의 신분으로 여겨졌다. 그런 배경에도 이매창은 양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한시를 창작하는 데 능통했으며, 거문고 연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조선 최고의 명기이자 순수를 지향한 예술인이었지만 신분적 질곡 속에 고독과 비애를 안고 살아야 했던 그녀의 굴곡진 삶을 이 책에서 조명한다.
기생으로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던 이매창은 당대 문인들과 깊은 교유관계를 유지했다. 시를 짓고 노래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그녀는, 천민 출신이지만 한시에 능통했던 유희경과 만나 시로 사귀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은 시를 매개로 더욱 공고해졌고, 그들의 시세계를 높이기도 하였다. 고결하고 순수한 인품을 지녔던 매창은 당대 최고의 진보적 지식인 허균과 정서적으로 교감했다. 허균은 매창의 재주를 높이 평가하여 그녀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들은 서로를 평생의 벗으로 삼았다. 매창은 명실상부한 조선 최고의 명기로서 이귀, 임서, 한준겸, 권필 등 유명 시인과도 시를 주고받았다.
이매창은 시를 통해서 자유와 풍류를 갈망하며 순수한 세상을 꿈꾸었으며, 그녀의 수많은 작품이 오늘날에도 널리 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결핍과 모순이 가득한 세상에 끊임없이 부딪쳐야 했고, 기생이라는 신분이 갖는 운명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평생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시와 거문고를 놓지 않았던 매창은 그녀의 이름인 매화처럼 은은한 향기를 품은 채 조선을 대표하는 순수 서정의 시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