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오늘도 길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귤이의 따뜻한 이웃이 되어 주세요.”
외톨이 귤이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 주세요!
귤이는 길고양이입니다. 처음부터 길에서 나고 자랐는지, 집을 나왔다 길을 잃었는지, 사람에게서 버림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지금은 거리를 떠돌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 다니던 어느 날, 귤이는 낯선 냄새가 나는 바닷가 마을로 흘러듭니다.
귤이의 경험에 따르면 사람은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걸핏하면 겁주고 욕하고 돌을 던지기 일쑤니까요.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귤이만 보면 말을 건네고, 다가오고, 알은척하고, 웃어 줍니다. “워-이! 고냉이 비켜라!” 하는 거친 말투에서도, “옜다!” 하고 생선을 툭 던져 주는 투박한 손길에서도 봄볕 같은 따스함이 묻어납니다. 귤이는 “내일도 밥 먹으러 오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해 주는 이 마을 사람들의 따스함에 몸을 맡기고 싶어집니다. 이 다정한 마을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어집니다.
제자리를 찾아 헤매는 외톨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위로
서지현 작가는 사는 일이 힘에 부칠 때면 제주를 찾곤 합니다. 그 낯설고도 다정한 풍경을 눈에, 마음에, 드로잉 북에 담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 돌아오기를 여러 해째 하고 있지요. 《귤이》는 그렇게 제주를 여행하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머물 자리를 찾지 못해 이름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고양이는,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난생처음 ‘환대’를 받게 됩니다. 걱정인지 꾸지람인지 알 수 없는 한마디, 무심히 던져 주는 물고기 한 마리, 심상하게 건네는 인사……. 너무나도 예사로워 환대인지 아닌지도 모를 환대지만, 고양이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충분합니다. 자칫 다시 상처 입을까 잔뜩 도사린 고양이에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둔 관심과 배려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딱 그만큼의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고양이는 다시 삶을 긍정하게 됩니다.
《귤이》는 관심과 배려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