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의 힘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람 선생님의 도토리 약국은 그냥 약을 처방하고 대가를 주고받는 약 가게 이상이다. 거기에는 멋진 약사 람 선생님이 있어서 유용한 곳이기도 하지만, 다른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돕기도 하는 친목의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에게는 저마다 사정이 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이해 못할 일도 없다. 줄서기 차례를 두고 신경이 곤두설 때도 있지만 환자야말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법. 게다가 바라미 숲의 구성원들은 모두들 너그럽고 착하다. 딱따구리 비티가 잘난 척을 한바탕 늘어놓을 때면 다소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비티가 극심한 변비를 이겨내도록 응원하고 마침내 해결되자 다 함께 기뻐한다. 변비라니,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화장실을 그렇게 오래 못 갔다니 얼마나 괴로울까 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부끄럼쟁이 람 선생님이 권위를 휘두르며 전문성을 과시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묻고 약을 찾아 골몰하는 약사인 덕분에, 람 선생님이 물러선 자리에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도토리 약국의 고객들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맞장구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에서 반쯤은 치유되는 것 같다. 혼자 끙끙대고 앓던 환자로서는 그저 털어놓고 아픔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진행된 셈이다. 이렇듯 『람 선생님과 도토리 약국』은 저마다 아픔과 상처를 지닌 동물들이 서로 고통을 눈여겨보고 알아주는 과정을 그리는 데 공들인다. 이야기란 얼마나 많은 힘을 갖고 있는지.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밖으로 털어놓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다. 심지어는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람 선생님에게도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많다는 약점이 있지 않던가. 그래도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실마리가 찾아지기도 한다. 불면증으로 찾아온 코뿔소 킁바 아저씨와 캥거루 미루지 아주머니가 난롯가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구덩이에 빠진 아기 고슴도치를 찾고 결국은 서로 커플이 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