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그때 무너져 내렸을까? 누구에게나 우울은 다른 이름으로 찾아온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사람은 무너져 내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취약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개개인마다 지닌 취약성은 모두 달라서 우울은 개개인마다 다양한 얼굴로 찾아온다. 또한 우울증이 재발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들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우울은 찾아올 수 있다. 저자는 ‘열쇠가 짝이 맞는 자물쇠를 찾아가듯, 그 사람의 취약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꼭 일어나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그가 견지하는 관점은, 우울은 단일한 질병이 아니라 모두에게 다른 얼굴로 찾아오는, 일반화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오랫동안 내담자로서, 상담자로서 깨달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고독, 상실, 외로움, 사랑, 불안까지, 우울을 마주하는 순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환자 개개인마다 다른 취약성을 찾아내고, 그들을 무너지게 만든 시작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울은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활짝 열린 넉넉한 마음으로 우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태도다. <영국 정신의학 저널>에서는 많은 의사와 환자들이 읽어야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우울은 대상화하지 않을 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니까.
정신과에서는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정신과에 처음 온 환자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마음 한구석에 어떤 불편한 감정이 존재하지만, 그에 맞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보통 우울의 증상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짜증, 분노, 침잠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본인 스스로도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도움을 구하지 않고 미루면서 상황이 심각해질 때쯤 정신과를 찾기 때문에 정신과에 온 환자들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