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대 문화의 고증을 아름답게 재해석하고
독특한 스토리로 감탄을 자아내는 명작!
제2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19세기 미국 뉴욕, 그러니까 근대시대의 미국 뉴욕이 어떤 모습이었지 여러 문헌에는 나와 있지만 만화를 통해 생생한 아름다움으로 느껴본 적은 없을 것이다. 탄탄한 역사, 철학, 문화 고증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유니크한 작화로 강한 느낌을 주는 작품은 아마 이 <판도라의 선택>이 유일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1846년 뉴욕에서부터 시작한다. 미국으로의 이주민들의 대격동기를 치른 직후의 작은 마을의 어느 상류층 집에는 수려한 미모의 외아들 크리스 다리가 한쪽밖에 없는 프랑스계 창녀 베로니카와 결혼해 혼혈의 어린 딸 판도라을 얻고 살고 있다. 베로니카는 판도라를 낳다가 죽고, 판도라는 유난스럽게 고리타분한 고모할머니들과 피부색이 다른 유모들 손에 길러지고 있다.
그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은 판도라는 호기심을 가장한 반항심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며 산다. 그러나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무정한 아버지 크리스의 마음만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판도라가 매일 아빠를 때리거나, 화를 내거나,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아빠의 마음이 궁금했던 까닭임을 크리스는 알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근대 미국 상류층 가정에서의 비뚤어진 부녀 관계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드라마틱한 뒷이야기가 예측되지 않을 정도로 관계를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그 시대의 문화, 역사, 철학 그리고 사회 문제 등을 어떻게 다뤄서 작품 안에 녹여낸 방식이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에 대해 셰익스피어 희곡의 맥베스나 오셀로 등을 수많은 문헌으로 탐구하고 탐닉하여 작품 곳곳과 바탕에 녹여놓은 작가의 역량에, 작품이 예사 만화와는 큰 변별력을 갖는다.
국내 웹툰에서도 이런 탄탄한 그래픽노블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는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