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문장에 달려 있다
글이 넘쳐나는 시대다. 문장 또한 세상을 떠다닌다. 문장이 문장을 공격하고, 예기치 못한 문장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미덕을 실천하는 일이 되었다. 페이크나 가짜가 만연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팩트’를 넘어 ‘진실’을 담은 글을 쓰는 일은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 읽는 일도 마찬가지다.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이며 법률학자이기도 한 스탠리 피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담론이건 담론이 표현하는 것은 전부 한 문장 안에 담겨 있다”고 한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문장이 ‘많은 일’을 해낸다. 문장에 애정이 없는 사람은 글쟁이가 될 수 없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묻는다. “문장을 좋아하나요?”
책에는 문장의 개념부터 각종 문장 형식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는 법까지,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나와 있다. 다만, 스탠리 피시의 문장 강의는 그 효과가 확실한 요령이나 팁을 제시하는 가이드북이나 매뉴얼이 아니다. 위대한 작가들이 쓴 문장들을 실례로 들며 왜 그 문장이 인상적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문장을 읽는 안목’을 키워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문장 쓰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피시 교수에 따르면, 글을 잘 쓰려면 훌륭한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한다. 원론적으로 들리지만, 그게 시작이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생각하면 그 원론적 주장의 실천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이며 담론 없이 그럴듯한 문장만 나열하는 글이 널렸으니까. 피시 교수가 엄선한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글쓰기 공부’가 되는 이유다.
형식과 내용, 무엇이 우선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는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의 이상”이라고 말한다. 언어와 형식을 동시에 파괴하는 독특한 실험정신의 소유자인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글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