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 박물관의 최전선에서
1부 새로움을 만나는 공간
1. 신라 금관이 열어준 상상
2. 대동여지도와 노는 법
3.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4. 유물의 숨은 매력
5. 고분 속 유물은 어느 박물관으로 갔을까?
6. 파도를 만나면 거울을 던져라
7. 오래 볼수록 새롭다
2부 박물관을 만나는 순간들
8. 박물관도 작품이다
9. 전시실과 친해지는 법
10. 박물관은 작명소
11. 움직이는 유물들
12. 전시실 여행 준비물
13. 박물관에 가는 사람들
14. 내가 좋아하는 전시실
15. 전시실 속 관람객
3부 박물관의 슈퍼스타들
16. 전시와 슈퍼스타
17. 반가사유상 한 바퀴
18. 질문으로 찾아가는 무령왕릉 관식
19. 세밀의 끝판왕
20. 청자의 빛깔 찾기
21. 내가 초대하는 그림들
22. 시대를 담은 백자 반합
23. 변신하는 백자 달항아리
4장 박물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24. 유물에서 사람을 만났다.
25. 나의 살던 고향
26. 사찰 속 불화, 박물관 속 불화
27. 갈 수 없는 곳을 여행하는 법
28. 구름과 나비와 고양이와 꽃
29. 분청사기의 힘
30. 사진 세 장
신라 금관이 죽은 왕의 얼굴에 씌운 마스크라고?
오랫동안 신라 금관은 머리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뜻밖의 의견이 제기되었다. 신라 금관을 연구한 이한상 선생의 의견이었다(이한상, 《신라 황금》 중 ‘황금장신구를 통해 본 신라와 신라인’. 황당한 주장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귀가 솔깃했다. 평소에 ‘저렇게 무거운 걸(황남대총 북분 금관의 무게는 1,062그램이다 어떻게 썼을까, 무게도 무게지만 흔들려서 쓰고 있기 어려울 텐데’라며 미심쩍어하던 터였다.
연구자의 말마따나 금관이 발견된 위치가 독특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황남대총 북분의 금관(국보 191호을 보면 금관 아랫부분이 머리가 아니라 목 부분에 있었다. 금관을 머리에 썼다면 당연히 머리 근처에서 발견되었을 텐데. 목 부분에서 발견되었다면 금관이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눈으로 보면 발굴될 당시의 금관 모양도 새롭게 보인다. 금관이 삼각형 모양으로 눌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만약 금관이 현재 전시된 것처럼 장식이 밖으로 펼쳐졌다면 무덤 안에서 금관이 눌렸을 대 삼각형이 될까? 이 모습을 해명하려면 다른 가정이 필요했다. 얼굴에 금관을 봉지 씌우듯 씌우고 가장 윗부분은 가운데로 모아 묶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무덤이 꺼지면서 시간이 흘러 금관이 눌려 삼각형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관에 뚫린 구멍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금관 가운데 최초로 발견된 금관총 금관(국보 87호을 보면 잘못 뚫은 듯한 구멍이 그대로 남아있다. 만약 산 자가 썼다면, 더군다나 왕이나 왕족이 썼다면 이런 실수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금관이 발견된 위치, 삼각형으로 눌린 모양, 잘못 뚫린 구멍은 금관의 통념과 한참 달랐다. 흥미로웠다. 이 의견대로라면 금관의 우주나무와 사슴뿔은 죽은 이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통로였고, 그들은 이 통로를 따라 다른 세상으로 먼 길을 떠났다
그래도 진짜로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황남대총 북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