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매뉴얼을 따라야 하지만, 사랑 때문에 번번이 그걸 벗어나고 마는 안드로이드의 어쩔 수 없는 운명_「레고와 애플」
폐허가 된 세계, 실재했던 사람들의 인격이 광범위하게 이식된 안드로이드 나주는 인공 포육된 두 인간을 관리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선택된 곳에 지어진 작은 셸터는 나주와 인간들의 안전한 세계였다. 뒤죽박죽 발현되는 다양한 인격들의 기억이 나주를 종잡을 수 없게 하지만 더 종잡을 수 없는 건, 인간인 레고와 애플이었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매뉴얼대로 살아가야 함에도 두 인간은 예측불허였고, 나주 역시 그들을 위해 번번이 매뉴얼을 벗어나고 만다. 그런 나주 앞에 행복과 불행의 변곡점이 될 날이 찾아오는데.
인간은 인간을 만들고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기계 ‘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고기로 살아 있는 고기를 만들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나주는 언제까지 나주 그대로인데, 레고와 애플도 여전히 그대로일까? 레고와 애플은 무엇으로 변하게 될까?
한때 인간이었고 살이었던 기억만 남은 안드로이드 나주가 닿을 수 없는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고기라고 할 만한 존재가 인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지구 최후의 고기로서 인간을 그려 보고 싶었던 데서 출발한 작품이다. 우리의 미래는 어느 쪽이 될까? 지금처럼 살과 피로 이루어진 상태일까, 아니면 신체 일부가 기계로 바뀐 상태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그때의 인간은 ‘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 본 적 없는 길 위에 발을 딛자 흔들리는 곰딸의 세계_「곰딸과 매발톱」
사람은 죽어 곰으로 태어나고 곰은 죽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믿는 세계. 곰딸은 곰이 싫었다. 싫었지만 간절히 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직접 곰을 잡고 싶었다. 그래야 한 마을에 사는 ‘폭풍우’의 짝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힘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곰딸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 곰을 풀어 키운다는 마을을 찾아 나선다. 그 시도는 곰딸이 지금껏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길로 곰딸을 인도한다. 곰을 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