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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여성, 귀신이 되다
저자 전혜진
출판사 현암사
출판일 2021-05-10
정가 16,500원
ISBN 978893232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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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들어가는 글 -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 원한을 품고 되돌아오는 여성들
필기·야담이란?

1 범죄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 - 귀신은 끝없이 민원을 넣는다
살해당한 피해자는 귀신이 된다 │ 귀신 잡는 사대부들 │ 왜 그들은 원님을 찾았을까
공안 이야기란?

2 계모의 모함을 받은 전처 딸들 - 누명을 쓰고 자결한 이들은 돌아온다
의지할 곳을 잃은 딸들 │ 계모, 전처의 재산을 탐내다 │ 자살, 결백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다 │ 아버지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자궁가족이란?

3 권력과 차별 속에 짓밟힌 사랑 - 연심도 욕망도 여성의 몫은 될 수 없었다
권력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 │ 권력자는 귀신의 입마저 틀어막는다 │ 사랑,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를 넘다 │ 자결로 끝나버린 연심들 │ 괴물이 된 여성, 여성이 된 괴물 │ 신부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아닌 이류와의 사랑 이야기

4 조선 시대 가정 잔혹사 - 안채도 규방도 안식처는 될 수 없었다
부인과 첩. 총애를 위해 살인을 벌이다 │ 죽은 전처가 산 후처를 몰아낼 때 │ 시집살이가 일으킨 참극 │ 자식을 두고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
칠거지악, 남성에게만 편리한 이야기

5 전쟁과 재난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 -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었다
전쟁의 희생자들이 입을 열다 │ 안식을 위해서는 장례가 필요 하다 │ 죽음의 공포가 빚은 귀신의 형상들
조선 후기 한성의 부동산 문제

6 원귀를 위로하는 여성 의례의 힘 - 산 여성이 죽은 여성을 위로할 때
굿, 여성들의 의례 │ 집을 보살피는 신령들 │ 세상 떠난 가족을 달래다
여성 중심의 무속 문화

7 지워지고 잊힌 우리의 여신들 - 여성, 신이 되다
세상을 만든 태초의 여신들 │ 여신, 나라를 세우고 수호하다 │ 인간과 닮아가는 산신들 │ 여성의 고난을 겪고 인간의 신이 되다 │ 호구신으로 좌정한 여성들
서울굿의 순서

나가는 글 - 지금도 계속되는 여성들의 이야기
사대부라는 이름의 왜곡된 렌즈
우리나라 귀신이라고 했을 때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처녀 귀신’일 것이다. 그러나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피를 흘리고 있는 젊은 처녀 귀신의 모습은 영상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전통적으로 처녀 귀신은 살해당했을 당시의 모습으로 나타나 현명하고 어진 사대부인 원님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훌륭한 원님이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나서 크게 출세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런 귀신 이야기가 많이 실린 필기·야담집은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기록한 책으로, 기록자도 향유자도 남성 사대부였다. 사대부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해 기록을 남겼다. 현대의 우리는 사대부라는 렌즈를 거친 이야기들만 알고 있는 셈이다. 사대부들에게 여성은 연민의 대상일지언정 이입의 대상은 아니었고, 이야기 속에서 여성은 그들의 위업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쓰였다. 그렇다면 실제 여성 귀신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이야기는 여성의 억울한 죽음이 아닌, 사대부들의 유능함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셈이다. _32쪽

죽어서 목소리를 찾은 여성들
왜곡되어 기록된 여성 귀신 이야기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당대 사회를 파악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들을 그러모아 추리해야 한다. 왜 아랑은 죽어 한을 풀기 위해 원님을 찾아가야 했는지, 계모는 왜 전처의 자식을 죽였는지, 버림받은 신부는 왜 신랑을 기다리고만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후처 허씨는 전처 장씨의 딸 장화와 홍련을 살해한다. 조선 전기의 유산 상속법에 따르면 장화와 홍련이 결혼할 때 장씨의 유산을 모두 가져가 집안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연심을 고백했던 과부는 거절당하자 자결한다. 재가를 금지하는 사회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살아생전 자신의 한을 이야기하지 못하던 이들은 죽어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여성들은 죽어 귀신이 되기도 하지만, 고난을 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