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걷는 길
아이가 내딛는 사랑스러운 발걸음
실컷 놀다 주위를 둘러보니, 형이 보이질 않습니다. 집에 먼저 가버린 걸까요? 늘 형과 함께 가던 길이지만 오늘만큼은 혼자서 가기로 합니다. 처음으로 말이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순간은 항상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지요. 형과 함께 몇 번씩 오고 갔을 길이지만, 혼자 가 본 적은 없기에 경이에게는 이 여정의 모든 순간이 처음입니다.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사랑스럽습니다.
파란 대문 집 앞에서는 어미젖을 먹는 송아지를 만나고, 보리밭 옆을 지날 때는 활짝 핀 민들레를 만납니다. 집으로 가는 길 구석구석을 절대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혼자라는 이유로 무서워하며 집으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니라, 늘 그랬듯이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를 만져보고 궁금해 하는 경이의 모습은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경이는 처음으로 혼자 개울물을 건너고, 죽순을 힘껏 걷어차 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 새롭고 훌륭한 장난감이 됩니다.
형과 동생이 함께 하는,
이야기 속에 숨은 또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
집으로 가는 동안 경이는 계속 형을 떠올립니다. ‘형이 있으면 민들레 꽃대를 꺾어 줄 텐데’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거나 ‘형처럼 ~했다’는 표현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방식은 아이가 심리적으로 형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이 서사 속에서 형은 비록 어른은 아니지만 늘 동생의 곁에 함께 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형의 행동을 따라하고 싶은 모방심리를 아이에게 일으키기도 하지요. 동시에 어떤 상황과 아이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은 중간 역할을 해주던 형이 사라지고 아이가 온전히 혼자 마주하는 찰나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형처럼 개울을 건너보고, 찔레 순 껍질도 벗겨보지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개울에 한 발이 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