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대학: 내일의 대학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탈구축 작업
데리다는 오늘날 국가권력, 경제 권력, 종교-문화-미디어 권력에 끊임없이 위협받는 대학에서 글쓰기, 작품 생산 등 사유의 사건들을 구성해내고 비판적 질문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이 그간 주창해온 ‘탈구축deconstruction’의 권리를 말한다. 대학은 그 어떤 질문도 피해갈 수 없는 장소로서, 공적으로 “모든 것을 말할 제1의 권리”를 가져야 하며, 이로써 그는 “대학 스스로가 동시에 고찰하고 고안하고 제기해야 하는 어떤 법-권리”로서의 무조건적인 저항의 원칙을 따르는 “조건 없는 대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표제로 쓴 이 말은 무엇을 내포하는 말인가? 데리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제가 ‘대학’을 말하는 이유는, 대학의 독립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여타 종류의 경제적 이익과 목적에 복무하는 모든 연구기관과 대학을 엄밀한 의미에서 구별해두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제가 ‘무조건적인’이란 말만큼이나 ‘조건 없는’이란 말을 한 이유는 ‘권력 없는’ 혹은 ‘방어하지 않는’이란 뜻이 여기에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대학이 절대적으로 독립적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노출되어 제공되는 성채이기 때문입니다.”(21~22쪽
그러면서 동시에 “조건 없는 대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인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의 가능한 장소로서 대학을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무조건성의 원칙이 현존하고 있는, 불가능을 사유하는 사건의 장소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무엇보다 내일의 인문학, 새로운 인문학에서 일어나는 중인 ‘사건’이란, 의미나 위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칸트적 의미에서의 “마치 ~인 것처럼comme si”(우화와 문학의 요소과 “그 자체로서coome tel”(철학, 현상학, 존재론의 조건라는 표현을 통한 이 책의 성찰에서 보듯, 현재에 침입해 그 문법의 지평을 파열시키는 탈구축의 문구로서 (니체로부터 참조한 ‘아마도’의 범주에 속한다고 덧붙인다. 오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