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아이디어’로 전염병을 정복한 위대한 이야기
인류 최초의 전염병이라 불리는 천연두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천연두가 어디서 왔는지는 수수께끼다. 아메리카 신대륙의 원주민들도 천연두와 홍역 같은 질병으로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
천연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10명 중 3명이 죽을 만큼 치명률이 높았고, 살아남더라도 몸에 흉터가 남거나 눈이 머는 등 평생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 독립 전쟁에서 이 천연두를 이용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18세기에 유럽에서는 1년에 약 40만 명이 천연두로 죽었고, 20세기에는 전 세계에서 약 3억 명이 죽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에 천연두가 박멸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신의 역사』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이자 인류가 처음으로 박멸한 전염병인 이 천연두를 정복하는 이야기를 앞부분에서 상세하게 들려준다. 특히 백신이 개발되는 데 영향을 미쳤으나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람들의 이야기, 즉 위험하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긴 이들의 생소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다.
일부 선구적인 사람들은 천연두를 한번 앓고 나면 더 이상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천연두 딱지 가루나 고름을 다른 사람 몸속에 넣어서 천연두를 약하게 앓는 방법을 활용했다. 이 책의 화자인 몬터규 부인도 오스만 제국에서 살면서 이와 같은 방법을 배워 자식들에게 적용했는데, 이것이 접종이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목사인 코튼 매더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매더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노예였다. 그 노예가 살던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을 ‘인두접종’이라 부른다.
한편, 우두(소의 유방에 물집을 일으키는 전염병에 걸린 적이 있으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의 낙농업자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