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부끄럽고 슬프고……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야기!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36번째 작품인 『기린을 고발합니다』가 출간되었다. 아동문학 창작과 비평을 함께 하고 있는 조태봉 작가가 새롭게 펴내는 단편동화집이다. 그동안 여러 지면에 발표한 8편의 단편을 한자리에 모아 다시 다듬고 갈무리해 새로이 내놓은 것이다.
조태봉 작가의 작품은 아이들의 일상을 환상과 변신의 틀로 재구성해내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특징을 보여 왔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환상적인 요소는 여전하다. 그러나 이전 작품집인 『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보다 좀 더 현실에 밀착해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어 현실성이 더욱 강화된 느낌을 준다.
작가가 여러 비평문을 통해 동화가 단순히 아이들의 독물(읽기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진지한 사유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을 상기해 본다면, 이번 동화집은 그러한 아포리즘에 대한 창작적 실천이 아닐까도 싶다. 대표적으로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학대와 살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아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학대로 목숨을 잃고 있다. 또 수많은 아이들이 괴롭힘과 왕따, 편견과 위선 등 크고 작은 폭력에 아파하며 힘들어하고 있다. 이 동화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주로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폭력의 문제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손잡아 주길 기다리는 아이들 이야기다. 그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슬프지만, 역설적으로 이 아이들의 아픔을 통해 누구도 짓밟히지 않고 학대받지 않는 세상, 현실의 아픔을 이겨내는 힘을 느끼게 하는 동화집이다.
# 학대받는 아이들 이야기
방정환 선생님이 “짓밟히고 학대받고 쓸쓸하게 자라는 어린 혼을 구원하자”라고 호소한 지 백 년이 다 되어간다. 아동문학을 창시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