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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책이 사는 세계 : 책, 책이 잠든 공간들에 대하여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
출판사 서해문집
출판일 2021-05-07
정가 18,000원
ISBN 9791190893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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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보이지 않는 책꽂이
2장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로
3장 궤, 회랑, 열람실
4장 사슬에 묶인 책
5장 더 완벽한 책장
6장 책등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7장 빛이냐, 책을 꽂을 공간이냐
8장 완벽하게 장정된 책이 서점에 진열되다
9장 서고를 지탱하는 것들
10장 책들의 묘지
11장 장서의 과거와 미래
부록: 책을 배열하는 온갖 방법

책을 옮기고 나서
참고문헌
《연필》 저자이자, 세계적인 공학자이자, 사물들의 철학자, ‘작게 쓰기’의 대가
헨리 페트로스키

“만약 ‘신은 아주 사소한 것에 거한다’면, 신을 찾는 이들은 페트로스키의 책을 읽어야 한다.”
_《라이브러리 저널》

두루마리 텍스트를 담아두던 상자에서부터
책을 사슬로 묶던 시기를 지나 현대의 책장에 이르기까지___________
왜 책꽂이 선반은 수평으로 놓여 있으며, 왜 책들은 그 위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걸까?

“인간은 책보다 오래 사는 구조물을 짓지 못한다.”
19세기 시인 유진 피치 웨어의 말이다. 책을 담는 그릇이 언제나 책 자체보다 작아지고 만다는 문제에 관한 한 이 말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책은 주변 공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아서, 한번 책이 쌓이기 시작하면 돌이킬 길이 없다. 책장은 책들로 꽉 차다 못해 책등을 읽을 수도 없을 만큼 빽빽한 숲을 이룰 것이며, 책장에서 흘러넘친 책들이 바닥에까지 수북이 쌓이게 될 것이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면 새 책장이 필요해지지만 이 새로운 빈 공간은 잠시뿐이다. 새 책들이 꽂히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꽉 차버린다. 책장 선반은 서서히 휘어지기 시작한다. 견딜 수 있는 하중이 크지 않은 조립식 책장은 선반 지지대가 부러지거나 선반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점에서야 팔리지 않는 책을 애초에 들여놓지 않거나 반품함으로써 공간을 유지하지만, 책을 갖다 버릴 수도 없는 도서관에서는 서고를 확장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일쑤다(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여 아무리 단단한 책장이라 한들, 아무리 넓은 서고라 한들, 이들은 책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 새 책장을 들여놓는 속도보다 새 책을 들여놓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이 빽빽한 책장들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설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책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것은 책뿐이다. 심지어 책장이 비어 있더라도 그렇다. 텅 빈 책장 앞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수평을 이룬 선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