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이 시대 가장 낯익은 폭력
제1장 보는 폭력에 대하여
새로운 여성살해
디지털 시대의 성폭력
n번방과 시각의 광기
제2장 시각이라는 특권
가장 고귀한 감각의 타락
정신의 눈, 고대 그리스의 전통
빛의 은유에 물든 서양 철학
‘지금, 여기’만을 향한 눈길
시각은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제3장 관음증의 탄생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광기
관음증과 망원경
전부를 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제4장 카메라가 가져온 것들
원근법, 카메라 시각의 근원
‘어두운 방’부터 카메라 발명까지
사진과 관음증, 그리고 페티시
영화의 탄생
관음증에서 사디즘으로
제5장 디지털 시대의 남성들
지금, 여기, 시간이 사라진 몸
인기척이 사라지고 수치심도 사라졌다
남성의 우정과 연대의 방식
제6장 렌즈를 깨는 여성 광인
나는 미쳤다, 나는 존재한다
히스테리, 보이는 자의 광기
선지자이자 광인이었던 여성들
송곳을 쥐고 나타나다
제7장 새로운 시각은 가능한가
평면거울을 깨부수고 오목거울로 보기
문턱, 통로, 입술로서의 촉각
비대면 시대에 필요한 감각
촉각적 빛, 촉각적 시각을 향하여
당신이 나를 볼 때, 난 누구를 보겠어요?
고전적 관음증부터 디지털 성폭력까지
철학으로 추적한 ‘보는 폭력’의 뿌리
디지털 시대에 ‘이미지’를 만들고 전달하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할수록,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성범죄는 ‘진화’를 거듭한다. 버닝썬과 정준영 일당의 집단 성폭력과 단톡방 유포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고, 웹하드 카르텔은 디지털 성착취가 산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피해 영상이 지금도 계속 퍼지면서 끝나지 않고 있다. 성착취물은 한 번이라도 유포가 되면 가해자가 무한 증식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끝이 없다. 피해 경험이 없는 여성들도 공중 화장실 벽에 구멍이 있으면 불법 촬영을 의심하는 노이로제에 걸린 지 오래다.
물론 제대로 된 단속과 수사, 처벌이 가장 시급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바로 디지털 기술은 진화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경우, 사용되는 기술은 나날이 교묘해지는데, 법은 여전히 제작자만 처벌하는 데 그치는 등 ‘사후 대책’의 속도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방향의 접근도 필요한 게 아닐까? “대상화되고 객체화된 이미지들이 난립하는 시각의 폭력에 물든 이 사회에서 근본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디지털 성폭력이 근절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저자가, ‘보는 폭력’과 이를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짚어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철학이다.
이 책은 21세기에 새로 등장한 범죄처럼 보이는 디지털 성폭력의 저변에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온 시각 중심의 철학 전통이 깔려 있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의 시각적 대상화와 시각중심주의라는 아주 오래된 ‘전통’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대의 시각중심주의는 여성을 비롯한 타자와 소수자를 시각적으로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이성’에 근거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시각의 특권화, 그리고 대상의 시간성 맥락을 제거하는 ‘현전성’이라는 서구의 형이상학 전통이 있다. 저자는 시각중심주의가 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