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홍콩』이라는 제목에 일단 울컥했다. 필명 ‘환타’로 익숙한 전명윤 작가의 가이드북을 들고 홍콩을 누비기도 했고, 최근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보며 가슴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던 입장에서, 그 시절 사랑했던 홍콩과 홍콩 영화가 멸종 직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의 문화혁명과 천안문광장의 기억, 그리고 홍콩의 우산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훌륭한 역사서이기도 하고, 홍콩 영화 사랑의 기폭제였던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이기도 한 ‘더 나은 내일A Better Tomorrow’을 향한 예언서이기도 하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오히려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 당신도 이 책의 부제와 달리, 절대 시간에 갇혀 있지 않을
이 도시와 사람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주성철|영화평론가·『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저자
-
고개를 들어보니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던 쇼핑몰의 불이 꺼지고,
디즈니랜드와 갤러리, 은행도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20년 7월 1일,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며
홍콩의 친구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우리가 알던 홍콩이 사라져버렸다.
홍콩 사람들의 홍콩 이야기
우리에게 홍콩은 어떤 도시일까? 아마도 주윤발이 코트 자락을 날리고 장국영이 맘보춤을 추던 영화들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혹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미식 여행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빅토리아항의 불꽃놀이와 디즈니랜드를 추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묵 꼬치와 월병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시끌벅적한 야시장도, 최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도 모두 홍콩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혹은 ‘영국제국의 마지막 식민지’로 이 도시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콩을 방문하는 전 세계의 여행자들은 이 모습을 기대하며 이 도시를 찾는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홍콩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7월 1일을 기해 홍콩 국가보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