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신이 아니기에 벌어지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
비극적인 참상 뒤에 자리한 이 세상의 양면성을 비춘다
열일곱 살 소녀 문빔은 살아남았다. 불, 피, 총탄이 휘날리는 끔찍한 총격전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문빔은 울타리 밖으로, 이제껏 알지 못한 바깥세상으로 내몰린다. ‘주의 군단’ 집단 기지에서 불이 난 이후 ‘승천하지 못하고’ 살아남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호 시설로 옮겨진 것이다. 불에 덴 상처를 치료받고, 아동 병원 정신과 의사 헤르난데즈 박사와 심리 치료 과정을 진행한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FBI 소속 칼라일 요원도 해당 과정에 투입된다. 문빔은 두 사람과 대화하며 존 신부가 통제하던 집단 내에서의 생활을 어렵지만 용기 내어 하나씩 하나씩 담담한 어조로 꺼내 놓는다. 하지만 문빔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이 모든 일을 자초했다는 자책감과 존 신부를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존 신부는 항상 그 경계를 굵고 검은 선으로, 단단하고 움직일 수 없는 선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존 신부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내 생각에 그 선은 때로 너무 흐릿해서, 내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본문에서
『신이 죽은 뒤에』는 심리 상담이 진행되는 ‘지금’과 군단 내에서의 일화를 회상하는 ‘그때’가 교차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빔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실화처럼 생생하고도 선명히 다가온다. 사이비 종교 집단 내부의 생활과 규칙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권력욕에 휩싸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급급한 사이비 교주의 악랄함과 평범성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선량한 면을 두루 보여 주는 신도들이 그릇된 믿음으로 인해 어떻게 범죄 행각에 가담하게 되는지 상세히 그려내며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으며, 이 세상 모든 것은 양극단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