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빨이 흔들리고 있는 모든 아이들을 응원하는 그림책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온 지구 어린이들이 꼭 통과해야 하는 ‘의식’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평생에 단 한 번씩만 빠지는 이빨 뽑기예요. 이빨을 처음 뽑을 때 겪었던 두려움은 어른이 돼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죠. 아이들이 이빨 뽑는 걸 무서워하는 건 동서고금을 아울러 공통된 현상이에요. 그래서 많은 나라에 이빨 뽑기와 관련된 풍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영국과 미국에서는 유치를 빼면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자요. 그러면 이빨 요정이 나타나 이빨을 가져가고 용돈을 두고 간다고 해요. 프랑스에서는 유치를 빼서 침대 밑에 두면 생쥐가 이빨을 가져가고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하고요. 한국에서는 유치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져요. 까치가 헌 이빨을 가져가고 새 이빨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몽골에서는 헌 이빨을 개가 가져가야 새 이빨이 튼튼하게 자란다고 믿어요.
육월식 작가의 첫 책이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제2회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전시작인 『모든 이빨 연구소』는 ‘예로부터 동서양에서 내려오는 이빨 빼기 풍습’이란 소재를 21세기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해석하고, 신나는 모험을 통해 서사를 확장시킨 그림책이에요. 첫 이빨을 뺄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한 모든 어린이에게 바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촘촘한 만듦새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는 서사
이 책은 만듦새에도 공을 상당히 들였어요. 책 전반에 걸친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를 글꼴과 종이의 질감으로도 표현하고자 했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상업 출판에서는 잘 쓰지 않는 굴림체를 본문 글꼴로 지정했고요. 수입지 문켄폴라(러프를 사용해 본문을 인쇄했어요. 끝이 둥글둥글한 굴림체와 탄탄하면서도 포슬포슬한 느낌이 나는 문켄폴라지 덕분에 시각과 촉각을 넘나들며 따스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완성됐어요. 또한 주현이와 치치가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 건너 모든 이빨 연구소로 날아가는 장면은 3장 펼침면으로 구성해 시야를 확장시켜 생동감을 끌어올리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