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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배우에 관한 역설
저자 드니 디드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1-04-16
정가 10,000원
ISBN 9788932038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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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 관한 역설 7

옮긴이의 말 128
작가 연보 141
인간은 본성에 의해서 자기 자신이 되고, 모방에 의해서 타인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란 정말 존재하는 마음이 아니에요. (94쪽

“세상이란 희극 속에서는
뜨거운 영혼들이 모두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배우에 관한 역설』은 배우가 관찰과 연습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숙지하는 한편, 역할에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하는 연기를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거리 두기’는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철학이 어떻게 하면 현실 사회를 변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디드로 사상의 변화와도 함께한다. 말년의 디드로는 사회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맞서는 열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개혁의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개혁할 대상을 끊임없이 공략하는 것, 또 그 공략의 방식에 대해 고민할 것을 권한다. 도덕적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전술도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경계하고, 실제로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디드로의 이러한 정치적 태도는 『배우에 관한 역설』에서 나타나는 미학적 입장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이 책은 당대 연극 미학의 문제에서 시작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의 윤리적·정치적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환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라모의 조카』 『운명론자 자크』 등과 마찬가지로 『배우에 관한 역설』 역시 두 인물의 대화체 형식을 취한다. 한 가지만을 진리라 주장하지 않게끔,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사람 1과 2는 배우의 연기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말하다가도 도중에 끼어들어 딴소리하기를 반복하며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계속해나간다. 심지어 1은 2와 대화하고 있다고 착각한 채 혼잣말을 하면서 2가 아닌 가상의 상대와 말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기묘하고도 예외적인 대화의 형태라 할 만하다. 이로써 독자들은 관객이 연극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동일시하고 ‘자연스러움’이라는 기만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연극을 인식할 것인지 성찰할 기회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