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공포에 포획되어 만성 마취에 빠진 진통사회
생존이 절대화된 생존사회에 대한 비타협적인 분석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독일 철학자’ 한병철 신작
‘되살아난 그리고 전례 없이 읽기 좋은 독일 철학의 귀재’(〈가디언〉,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살아 있는 독일 철학자’(〈엘파이스〉로 불리는 사회비평가 한병철.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착취에 대해(《피로사회》, 전체주의로 기울기 쉬운 투명성의 위험에 대해(《투명사회》,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유 착취에 대해(《심리정치》, 그리고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세계에 대해(《타자의 추방》 날카로운 비판을 선보이며 출간하는 책마다 열띤 논쟁을 불러온 그가 신작 《고통 없는 사회》에서 다시 한번 오늘의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가 바라본 세계의 현실은 고통을 회피하며 진통제를 움켜쥐는 ‘진통사회’,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들을 상실하면서까지 생존에 진력하는 ‘생존사회’다. COVID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던 2020년 7월 독일에서 출간되고, 뒤이어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생존사회는 좋은 삶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다“
고통을 ”암호“이자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로 삼아 고통의 해석 작업을 통해 사회 비판을 수행하는 저자에게 오늘의 세계는 고통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사람들은 모든 고통을, 심지어는 사랑의 고통조차 회피한다. ”아픔 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데이트 포털의 문구로 사용되는 세상(51쪽에서, 고통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고통을 삶에서 지워버리려 할수록 사람들은 고통에 대해 민감해진다.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약물중독으로 한 해에만 수만 명을 사망으로 몰고 간 미국의 오피오이드 사태에서 보듯 진통제가 남용되며, ‘좋아요’ 일색인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예술조차 진통제로 작용한다. 정치에서도 고통스러운 토론은 사라진다. 논쟁하고 더 나은 논거를 찾기 위해 싸우는 대신, 막연한 ‘중도’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