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의 대명사 ‘먼지’! 이제는 과연 누가, 먼지를 사소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후! 불어버리기만 했지? 쓱~ 닦아내기만 했을 거야. 우리 먼지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사람들의 무관심과 게으름. 그 무관심으로 우리는 서서히 모여 성장할 수 있고, 그 게으름으로 우리는 점점 결속할 수 있다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4학년 1반 조상현. 우리 먼지 나라의 개국공신이야. 조상현의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상현이 책상 서랍 속에서 우리의 먼지 나라가 탄생할 수 있었어. 우리는 상현이 덕분에 휴지아파트에서 살 수도 있었고, 사인펜 댐에 있는 클립 대관람차에 올라 서랍 속 멋진 전경을 볼 수도 있었지. 상현이가 잊어버리고 방치한 초코파이 덕분에 우리는 초콜릿 공장도 세울 수 있었어. 정말이지, 조상현은 우리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지. 상현이로 인해 만들어진 나라지만, 우리 먼지도 사람 못지않은 치밀함을 갖고 우리만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완성해냈어. 먼지, 무시하지 말라고!
저마다의 소소한 일상으로 평화롭기만한 먼지 나라에 닥친 위기!
존폐 위기에 처한 서랍 속 먼지 나라를 구한 단 한마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상현이가 이런! 수업 중에 졸고 있어. 그것도 팔베개한 편안한 자세로 침까지 흘리면서 말이야. 어찌나 침을 많이 흘리는지, 우리 먼지 나라에 침벼락까지 치게 됐어. 이윽고 그 침은 폭우가 되어 먼지 나라에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몰고 왔지. 돗자리를 깔고 한껏 소풍 분위기를 내던 먼지 부부도, 아이스크림을 할짝대던 먼지 아이도, 서류 가방을 들고 바쁘게 출근하던 먼지 아빠도 산성비와 같은 위력을 가진 침폭우에 혼비백산, 우왕좌왕. 건물 안에 들어가도 소용없었어. 먼지 나라의 건물도 역시 먼지로 세워졌거든. 연필가루마을, 지우개똥마을, 털먼지마을을 비롯해 먼지 나라 왕이 살고 있는 먼지성까지, 몰아치는 쓰나미로 어쩔 줄 몰라했지. 이에 먼지 왕은 먼지 나라를 대표하는 최정예 요원을 전투기에 태워 4학년 1반 담임선생님에게 파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