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고비마다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 준 마음의 고향, 아빠에 대한 동화
부모의 역할에도 트렌드가 있다면, ‘X세대’로 불렸던 요즈음의 아버지들 사이에선 ‘친구 같은 아빠’가 트렌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몸으로 놀아 주며 친밀감을 쌓고, 아이에게 ‘내가 너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충분히 보여 줌으로써 아이가 부모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
<하늘빛 소리맴> 속에 등장하는 은우의 아버지는 이런 요즈음의 아버지보단 X세대들의 아버지 모습과 조금 더 가깝다. 평생 교직에 몸담아 오며 그 일을 사랑하고,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때로 가족이 서운하다 느낄 만큼 학교의 식구들을 배려하는 아버지. 내 자식을 사랑하지만 드러내고 표현하지는 않으며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잘 되기를 바라며 늘 지켜보는 아버지. 친구와 싸웠는데 친구는 감싸 주고 나를 혼내는 아버지. 자식의 고민에 관심을 보이거나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보다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아버지.
어떤 아버지의 모습이 더 좋은가 가치평가를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지만, 확실한 건 내 아버지가 어떤 모습이건 그 존재만으로 가족에게 큰 기둥이라는 점이다. 특히 아이들에겐 어머니와는 또 다른 역할, 다른 형태의 사랑을 주는 존재로 커다란 정신적 지주가 된다.
주인공 은우에게도 아버지는 그런 존재였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고 존경받는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자기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너무나 밉고 서운했다. 그 마음을 쌓아 두었다 한꺼번에 터트린 날, 마치 자신 때문인 듯 아버지가 쓰러지고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은우는 죄책감에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이 작품은 열두 살 소녀 은우가 하늘을 잃은 것 같은 슬픔의 무게를 부정하고, 견디고,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마음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