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똥꼬’,
부끄러운 나의 구석들을 넘어
이 책의 일곱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의 여느 청소년들이 그렇듯 각자 마음속 옹이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 이른바 ‘결핍’이라 부를 만한 것들. 그 결핍의 괴로움을 괜찮은 척 견디는, 그리고 나름의 길을 찾아 그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작가는 세심한 시선과 상황들로써 펼쳐 보인다.
이 책의 표제작인 〈독고의 꼬리〉는, 일곱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판타지적 설정을 지닌 작품이다. 주인공 ‘독고-라2006B’는, 꼬리 달린 인간의 세계에서 꼬리 없이 태어난 여자아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독고의 가족 안에서, 독고는 숨기고픈 존재다. 그 자신도 꼬리 없이 밋밋한 뒷모습을 남들 앞에 내보이고 싶지 않아 세상으로 나가길 꺼린다. 그가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주아주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는 기증자의 꼬리를 이식받는 일. 그 기적 같은 순간이 다가오길 독고는 바라고 또 바란다. 판타지적 세계지만, 지금 우리의 세상과 너무도 닮아 있어 더욱 시리게 다가오는 독고의 세계. 편견과 차별의 시선 속에서 시련을 겪는 독고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부끄러운 부분〉의 석윤표는 항문외과 의사를 아버지로 둔 열일곱 살 학생.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아이로부터 ‘똥꼬 의사 아들’이라고 놀림받은 뒤, ‘똥꼬’를 부끄러워하며 아버지의 직업을 숨겨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외국인 청년 루카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사건 속에서 윤표는 ‘별것도 아닌 일’과 ‘진짜 부끄러운 부분’의 정체를 깨달아 간다. 일상을 살며 한 번쯤 겪게 되는 주변의 손가락질과 차별적 시선, 스스로 흉이라 생각하는 일상의 조건들, 그런 것들을 넘어서서 한 단계 더 높은 마음의 자유와 평화를 얻으려면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 우리 자신은 그런 ‘별것도 아닌 일’로 남을 손가락질하며 아프게 한 적 없었나? 나 자신이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모두가 존중받아야만 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