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정 작가 〈야구열사〉
낙원시는 전염병이 퍼지자 도시와 외부를 격리하고 고도의 방역 체계를 가동한다. 낙원시에서는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어른들도 정해진 업무가 아니면, 시의 허가를 받아야만 나갈 수 있다. 수업은 스쿨-큐브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낙원시 외곽은 사람들이 오고 갈 수 없는 금지된 땅이 되었고, 접촉한 사람은 시에서 추방된다.
태호는 어느 날 엄마의 낡은 노트북을 켜고 구식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금지된 땅까지 연결된 오래된 네트워크에서 ‘야구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실제 야구 경기 동영상을 보고 야구에 푹 빠지게 된다. 윤나는 야구 글로브를 선물로 보내고, 드디어 함께 야구 하자고 한다. 태호는 감시망을 피해 윤나가 보내온 드론을 타고 단단초등학교로 간다.
친구들과 교실에서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고, 놀이조차 마음껏 하지 못하는 세계는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디로 향해 가는 걸까요?
은이결 작가 〈카라반 소년〉
몇 년 전부터 사람이 사람에게 옮기는 바이러스가 우리 집에도 들이닥쳤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바이러스 전파가 심해지면서 학교와 가게가 문을 닫고 도시마다 봉쇄령이 내려졌다. 그 시기에 아빠와 누나가 차례로 감염되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웃들은 ‘감염이력자’인 우리와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배척했다. 우리도 그런 이웃들이 불편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집에서 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카라반에 살게 되었다.
여럿이 어울리는 건 참 좋습니다. 재미있을 때엔 더 재미있고, 슬플 땐 위로가 됩니다. 아플 때는 더더욱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이유리 작가 〈너와 나의 2미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만들어진 2미터 앱. 몇 년에 한 번씩 세계를 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