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회장의 조건> - “다시는 회장 선거에 나오나 봐라!”
그토록 되고 싶었던 회장에 당선된 슬기는, 선거 공약에서 말했듯 모두에게 모범이 되는 회장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회장이 되어서 한다기보다,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된 것처럼 자신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기꺼이 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회장이 되길 잘했어’라고 생각했지요. 민혁이가 전학을 오기 전까지는요.
민혁이는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달라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고, 회장인 슬기가 민혁이를 돕게 됩니다. 젓가락질이 서툴러 점심시간에 반찬을 흘리고, 교실에선 수시로 연필을 떨어뜨리며, 이동수업시간에 꼭 같이 데리고 가야 했지요. 지금껏 슬기네 반에 도움반 친구가 없없던 것도 아닌데, 회장이 되어 도움반 친구를 직접 도와주려 하니 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친구들은 남 일 보듯 하며, 슬기에게 ‘역시 회장은 다르다’며 추켜세우기만 했고요.
하지만 슬기는 친구들의 칭찬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슬기는 민혁이 챙기는 게 힘들고 귀찮았거든요. 도움반 친구를 돕는 건 회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까요? 슬기가 생각하고 약속했던 ‘모두에게 모범이 되는 회장’의 모습엔 이런 모습은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슬기는 회장의 자격이 없는 걸까요?
<우리 형을 소개합니다> - “웃지 않아도 우리 형이잖아”
‘가족과 대화한 후 가족 중 한 사람을 그려 와서 소개하기.’ 학교 숙제인데, 엄마는 형을 그리라고 하곤 형과 함께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세환이에겐 형이 있습니다. 세환이보다 한 살 많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고, 세환이를 쳐다보지 않고, 웃지도 않으며, 빛과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소리를 지르는 형이지요. 어느 날 그런 형의 존재를 친구들이 알게 되었고, 세환이는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그 형이 너네 형이라며?’ ‘그거 전염되는 병이니?’부터 형의 모습을 흉내 내며 ‘너희 형 이렇게 한다며?’라고 묻는 것까지.
그렇잖아도 엄마의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