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옹 말르는 이러한 클라라의 이야기를 그리며 우울증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공허함을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더불어 어두운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치러야 할 초인적인 노력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주인공 클라라를 가장 중심에 두고 그녀의 관점에서만 타인과의 관계 및 자신의 고립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불가피한 공허함과 북받치는 감정에 대한 여타 설명의 필요성을 불식시킨다. 책 표지에 묘사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있지만 머리카락 아래는 텅 빈 주인공의 모습은 이 책의 제목이 가지는 상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리옹 말르는 우울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정신 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현대인들의 관용구와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득한 이야기의 흐름은 우울증에 직면한 요즘 젊은이들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노래방에서의 즐거운 밤, SNS 게시물에 의존하는 치료 세션 역시 이 세대가 어떻게 함께 대처하고, 연대하고, 치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말르는 깔끔하고 단순한 그림체만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과 북받침을 잘 포착해 내는 재주가 있다. 특히 섬세한 블랙 라인은 주인공의 정체성과 사람들과의 관계 면에서의 민감 코드를 효과적으로 그리며 극복과 죽음이라는 주인공의 모순된 감정을 잘 드러낸다. 때때로 흐릿한 터치와 흑백의 채색은 텍스트로 전하기 어려운 감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말르의 놀라운 감성 지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솟구치는 감정을 번번이 억눌러야 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우울증 환자가 괴로운 자기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씁쓸하고도 달콤한 삶의 한 조각을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관계에 투영해 그 해법을 풀어 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는 것도 읽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직장 동료,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어려움, 소셜 미디어와 사회적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