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 유학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이 같은 통설에 대해 저자는 17세기 유학자들의 저작과 20세기 초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저서를 토대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첫째,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17세기 유학자들이 주자학에 대한 회의나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둘째, 발전 배경이 전혀 다른 조선 유학과 도쿠가와 일본 유학의 ‘주자학 연구’와 ‘주자학 비판’은, 20세기 초반 식민과 반식민 항쟁이라는 권력구조에 무리하게 연결되어 단순한 비교 대상이 되었다. 셋째, 17세기 사료들을 상세히 읽어 보면, 주자학 연구가 매우 정밀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주희의 저작 속의 변화나 모순을 발견해 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확인한 17세기 조선 유학사의 양상이다.
동아시아적 시야에서 조선 지식인의 생각을 새롭게 쓰다
저자는 조선 유학사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조선만이 아닌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조(1392~1910 중기에 해당하는 17세기 유학자들이 처해 있던 상황과 그러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대응이 어떠했는지 밝히려는 작업을 17세기가 아닌 20세기 진입 전후에 대한 서술로, 조선 유학자들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짊어지고 있던 시대적 사명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 건 그래서다.
왜 동아시아적 시야가 필요한가. 저자에 의하면 ‘동아시아’는 한?중?일이 자타의 역사를 확실히 인식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간이며, 특히 조선 유학사는 형성 과정에서도 그리고 근대적 학문의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하던 때에도, 국경을 초월하여 존재했다고 한다. 즉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천하’에 기초하여 그 ‘천하’ 속에서 자신들의 바람직한 존재 방식을 사색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천하’의 시야에서 그들의 저작을 관찰해야만 17세기 조선의 사상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