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에 쥐어진 열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15년 8월 코스타리카 정부는 세계 최초로 동물원 없는 나라를 선포했습니다. 관람을 위해 생명을 철창에 가두는 폭력을 멈추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반면 얼마 전 우리나라 한 동물원에서는 동물을 끔찍하게 방치하고 학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이 줄자, 경영 악화를 핑계로 동물들을 방치했습니다. 철창 안에 갇힌 동물들은 최소한의 물과 음식도 제공되지 않아 병들고 뼈만 앙상했습니다. 그곳을 벗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열쇠》는 동물을 가둔 동물원의 문을 하나씩 열어주는 이야기입니다.
문이 열리고 동물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옵니다. 새 한 마리 날지 않던 하늘과 적막하던 정원은 어느새 많은 동물로 가득 차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이야기는 매우 명쾌합니다. 열쇠를 얻은 동물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과감하게 문을 열어젖힙니다. 동물들은 정원으로 쏟아져나와 하늘을 날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고 나무에 올라 과일을 먹습니다.
최근 우리는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자유롭게 밖으로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도 갈 수 없고 편안하게 밖에서 뛰어놀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평생을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야 하는 동물들의 처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갇힘의 고통과 자유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손에 열쇠를 하나씩 쥐여주고 질문합니다. 우리는 문을 열 수도 잠글 수도 있습니다.
이 열쇠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열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 《열쇠》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